12월 19일

from text 2012/12/22 16:16
12월 19일 저녁, 사계동행 친구들과 송년 모임이 있었다. 양과 대창을 구워 소주폭탄에 금상첨화주(금복주 위에 화랑을 더해 금상첨화라는데, 참소주에 화랑을 섞었다. 고결까지는 몰라도 맛이 괜찮았다)를 먹고, 자리를 옮겨 임페리얼과 금상첨화주를 먹었다. 자리를 옮길 즈음 대권은 결정 났고, 화나고 무엇보다 쪽팔리고 답답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달랠 길도 없이 평소처럼 술이나 진탕 먹고 뭐라도 주절주절거리는 수밖에는 없겠구나, 이런저런 농이 흘러 다니는 사이 앞에 놓인 술잔이 바빠졌다. 겉으로 유쾌하고 속으로 허물어지다가, 괜찮아요, 괜찮아요 누군가의 말 몇 마디에 즉각적인 위로를 받았다. 나는 한없이 약하고 작았고, 낯모르는 이의 말 몇 마디가 이렇게 따뜻하구나, 위로가 될 수 있구나 처음 알았다. 다음날, 그 느낌에 대해 되새김을 하다 평소 이해하지 못했던 프리 허그, 힐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아직 실연 후유증마냥 텅 빈 구석은 여전히 빈 채로 있지만, 며칠 나나 세상이 조금은 달라진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김언수의 설계자들에서 밑줄 그었던 몇 문장.

그런데 왜 굳이 도서관이었던 것일까. 도서관은 이렇게 조용하고, 이곳에 가득 쌓인 책들은 저토록 무책임한데. / 일을 끝내고 마시는 저녁의 캔맥주가 시원함과 보상과 휴식의 느낌을 준다면, 아침의 캔맥주에는 쓸쓸함과 몽롱함과 부적절함 그리고 깊은 밤을 지나와서도 끝내고 싶지 않은 무책임에 대한 욕망이 있다. / 하지만 불행히도 인생은 침대 시트가 아니다. 과거건, 기억이건, 잘못이건, 후회건 어떤 것도 깨끗하게 빨 수 없다.
2012/12/22 16:16 2012/12/22 16:16

Trackback Address >> http://excuser.net/trackback/39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excuser 2012/12/31 11: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점심을 먹고 투표를 한 후 남는 시간 만경관에서 혼자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내내 볼륨을 높이려 오른손을 움찔거렸고 여기 사운드가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궁금하였다. 질 것이란 예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종일 높은 투표율에 건 기대가 너무 컸었다. 이렇게 눈이 자주 많이 온 겨울이 있었나 싶다. 며칠 전 폭설을 보면서는 희한하게 용서라는 단어가 자꾸만 떠올랐다. 세밑, 더 무슨 새로울 게 있겠냐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