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꿋꿋하게

from text 2015/09/25 09:40
서연이 학교에서 도시락 데이를 맞아 사랑의 편지나 메모를 함께 전해달라는 선생님의 요청이 있다하여 간밤에 급히 쓴 편지.

서연아. 너를 처음 만난 날과 처음 글자를 읽던 날을 기억한다. 홈스파월드 찜질방 한쪽, 처음 우리가 논쟁을 하던 날을 기억한다. 그 어린 나이에 의견이 맞서자 제 논리를 갖고 다투는 게 대견하기만 했다. 학교에 들어가 일학년이 되었을 때, 계명대학교 바우어관에서 처음으로 바둑대회를 우승하고 달려와 우승, 우승을 외치던 모습과 기차를 타고 문경까지 가서 일박한 날, 연이은 우승을 마감하고 품에 안겨 울던 너를 기억한다.

어디 너를 기억하는 것이 그뿐이겠는가. 섬세한 감정선에 반짝이는 촉을 가진 아이. 네가 기억 못할 어린 날, 너는 유독 점잖은 아이였다. 아빠의 어린 날을 한 번씩 돌아보다 보면 불현듯 나를 닮은 너를 만난다. 반갑고 기쁜 한편 아빠가 갖지 못한 깊고 너른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단다.

앞으로 더 많은 독서와 교유, 그리고 상상도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다. 언제나 그것이 무엇이든 곱새기고 되돌아보며 꿈을 잃지 않길 빈다. 칼끝 앞에서도 굴하지 않을 것처럼 강한 자 앞에 당당하고, 너에게 손을 내밀듯 약한 자와 연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의 장점을 볼 줄 알고 언제나 겸허하며 나의 단점을 살피고 삼갈 줄 알아야겠다. 두루 친구를 만나되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를 가져야겠다.

별처럼 무수히 빛나는 날들과 그 사이 같은 어둠, 때로 달처럼 이지러지고 차오를 날들이 있을 거다. 네가 만날 미래가 부럽고 궁금하구나.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고, 너를 믿는다. 건강하고 꿋꿋하게. 사랑한다, 서연아.
2015/09/25 09:40 2015/09/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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