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을 삼가고

from text 2015/10/02 09:52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은 지 십삼 일째였다. 종일 참하게 비가 내린 날이었다. 먹자는 사람은 많고, 날씨 핑계로 제대로 흔들렸다.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로다
다 먹고 취할선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風淸)한 밤이어니 아니 깬들 어떠리

신흠의 글이다. 다음은 정철.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매어 지고 가나
유소보장(流蘇寶帳)에 만인이 울며 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속에 가기만 하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쌀쌀한 바람 불 때
누가 한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휘파람 불 때 뉘우친들 무엇하리

0124님에게 두 글을 보냈더니, 잠시 후 도착한 답. 흉내 내어 써보았단다.

마신들 무엇하리
헛헛한들 어떠하리
다 녹도록 마셔봐야
숙취 말고 무어더냐

다 일리가 있고 그럴듯하다. 하매 좋은 계절이다. 폭음을 삼가고 반주처럼 즐길 일이다.
2015/10/02 09:52 2015/10/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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