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from text 2015/11/23 22:42
절정에 이르러 너를 만나지 못하였다. 빨간 원피스, 가지런한 두 다리에 눈이 멀었다. 보고 싶었다. 글쎄, 세상은 아름답지도, 추하거나 흉하지도 않더라. 올가을은 유난히 길었다. 일찍 와서 끝내 버텼다. 마르게 시작하여 오래 눅눅하였다. 내내 흐리거나 비를 뿌렸다. 몇몇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걸었고, 나머지는 애써 돌이키지 않았다. 서둘렀던 꽃무릇은 지난가을이 더 야속했을까. 보내거나 남은 이들은 무사하였을까. 코스타리카 따라주를 들고 옅은 현기증과 미열을 즐긴다. 철새 같은 음악이 흐르는 통창을 두고 안팎이 나뉜다. 풍경일 때, 거리를 둔 사물일 때 비로소 네가 궁금하다. 금방이라도 눈발이 날릴 것만 같은 하늘, 오후 네 시가 저문다.
2015/11/23 22:42 2015/11/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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