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

from text 2016/02/12 23:18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은 지 오십 일. 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린 금요일. 큰일 하나 치른 날이자 갈 사람과 올 사람이 있던 날. 이월에 이렇게 따뜻한 날이 있었나. 누가 조금만 더 찔렀으면 바로 술잔 위에 엎어졌을 거다. 한 번만 더 낚았으면 황천길이 빤히 보여도 덥석 물고 놓지 않았을 거다. 핑곗거리도 좋겠다, 내친걸음 한 일백 일은 채우리라던 장담도, 육십오 일을 버텼던 그전 기록을 갈아 보겠다던 욕심도 간단히 무너졌을 거다. 잘 참았다. 괜한 결심일 리 없다. 먼저 먹자기엔 영 계면쩍어 묵묵히 돌아오던 길, 반환점을 돈 장거리 러너가 된 기분이었다. 그만하면 되었든, 이제 시작이든.
2016/02/12 23:18 2016/02/1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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