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from text 2017/11/19 14:51
달이 두 개 뜨는 밤이면 남몰래 산소 하나에 수소 둘을 섞어 먹었다. 꽃잎을 띄우거나 썩은 열매도 넣었다. 그럴 때면 어디서 육식으로 충혈 된 토끼가 튀어나와 꿈결 따라 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서로 미워할 이유 따윈 없어도, 언제나 적은 많았고 우리는 꾸밀 게 있었다. 저나 나나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산제비나 청노새가 풀잎보다 나을 게 없었다. 엊그제 먹은 술이 덜 깨서 오늘은 첫잔부터 모든 게 달았다.

남은 인연이 있을까,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간다. 까마득히 푸른 밤, 더없이 긴 발목을 움켜쥐고 달의 표면에 네 머리통을 후려친다. 그렇게, 봄날은 간다.
2017/11/19 14:51 2017/11/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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